
손해평가사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농가 사이에서 원성의 대상이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손해평가 검증조사(검증조사)다. 검증조사는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요령」에 근거한 것으로 손해평가사가 ‘업무방법서’ 규정에 맞춰 제대로 조사했는지, 즉 이미 완료된 손해평가 결과를 검증하는 것이다. 손해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에 중요한 절차이기도 하다.
그러나 검증조사 결과 애초 조사 때보다 피해율이 크게 떨어지면 손해평가사와 농민 간 갈등이 불거지거나 ‘왜 내 보험만 검증조사 대상인가’, ‘검증조사 대상을 표적해 선정하는 건가’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에 대해 NH농협손해보험과 현직 손해평가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특정 농가와 손해평가사를 대상으로 한 표적 검증조사는 불가하며 검증조사 대상은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요령」상 임의로 추출한다.
손해평가사 A씨의 설명에 따르면, 검증조사 대상은 농가가 아닌 손해평가 결과이며 해당 손해평가를 진행한 손해평가사가 수행한 조사 건을 점검하는 것이다. 그 조사 건 가운데 동일 농가의 계약 건이 하나 이상인 경우 농가로서는 ‘왜 내 보험만 검증하느냐’라고 오해할 수 있다.
검증조사도 손해평가사들이 수행하는 만큼 검증팀에 들어간 손해평가사들은 동료인 손해평가사와 농가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갈등을 중재하고, 업무방법서대로 조사했는지까지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에 손해평가사들부터 검증조사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계약자인 농민들에게 이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검증조사팀에서 활동하는 손해평가사 B씨는 “검증조사는 강화되는 게 맞다. 자격 소지자가 한꺼번에 많이 늘기도 했고, 혼자 조사하는 경우 농가와의 유착관계가 생기는 등 공정하게 평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업무방법서 규정보다 표본을 적게 추출하는 등 조사를 대강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실한 손해평가는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할 농가가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받지 않아야 할 농가에 보험금이 지급되는 문제를 낳으므로 검증 절차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검증조사 때는 표본을 규정대로 추출했는지, 보험 계약 농지의 실제 면적이 원장과 부합하는지 등을 점검한다. B씨는 “부적절한 손해평가가 확인됐는데도 자신(손해평가사)은 제대로 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라며 “사실 검증조사는 계도적 측면도 있다. 검증해야 손해평가사들의 윤리 의식도 강화되고 경각심도 생긴다”고 말했다.
문제는 업무방법서대로 손해평가를 하지 않고 ‘대강대강’하게 되는 원인이 손해평가사들의 태만이나 도덕적 해이가 아닌 대부분 업무 여건이 열악한 데 따른 것이라고 현장 손해평가사들은 거듭 지적한다.
드넓은 농지의 둘레를 직접 걸으며 면적을 측정하고, 규정대로 표본을 뜨고, 원거리를 늘 이동해야 하는 등의 업무를 혼자 하면서 하루의 적정 수당까지 채우려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고 견제를 받지도 않기 때문이다. 특히 손해평가사들 사이에선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다. 실제로 다수의 손해평가사가 조사 과정에서 챙겨야 할 게 점점 많아져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문제, 1인 조사의 어려움 등 업무 부담을 호소한다.
고추 손해평가를 예로 들면, 기존엔 없던 착과수 조사가 도입돼 조사기법이 세분화되면서 업무량이 늘어나는 식이다. 이에 대해 A씨는 “착과수 조사는 고추에 사실상 불가능한 방식이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NH농협손보는 그렇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한다. 구역담당자들 차원에서 지시한 것 같은데, 업무방법서가 매우 세세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이 같은 임의적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일이 많아지면 조사비 수가라도 올려줘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고, 힘들다고 하면 그냥 빠지라는 식이니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B씨는 “연중 일감이 있는 시설작물은 손해사정법인만 맡을 수 있게 해놨다. 또 피해사실확인 조사, 인수 조사, 적과 전 착과수 조사 등을 주로 샘플링으로만 진행하는데 이런 업무에 손해평가 인력을 활용하면 전문화는 물론 조사도 더 정확하게 진행될 수 있다”라며 “현재 손해평가사 인력이 충분한데도 대부분은 1년 중 적게는 30일, 많아야 넉 달 정도만 일한다. 이대론 전문화도 어렵고 생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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