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팥 재배농가들이 농작물재해보험 피해 산정 규정을 현실화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량(수확량)을 기준으로 하는 현행 제도로는 불량과 등으로 인한 손실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북 영덕군 창수면 수리 일대 젊은 농부들은 올해 팥농사를 시작했다. 농가별로 1만6528㎡(5000평)에서 4만9586㎡(1만5000평)까지 대규모로 팥을 파종했고,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가을장마가 9월 중순부터 무려 40일이나 지속되면서 농부의 부푼 꿈은 물거품으로 변했다.
1만6528㎡에 팥농사를 지은 박성준씨(45)는 “수확을 앞두고 한달 이상 지속된 비로 제대로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비가 그치고 밭에 가보니 꼬투리 안에서 썩거나 변색해 상품성 있는 팥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논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광식 전북 김제원예농협 조합장은 “재해보험 피해신고 면적이 1500㏊로 전체 계약재배 면적의 절반을 넘어섰다”며 “신고하지 않은 농가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가들은 재해보험을 통해 손실을 줄일 수 있을거라 기대했지만 그조차도 어렵게 됐다. 콩·팥 농작물재해보험은 약관에 따라 자연재해·조수해·화재로 평년보다 수확량이 감소했을 때 이를 보상하는데, 수확량 계산 시 ‘전체 중량’만 기준으로 삼아서다. 줄기에만 달려 있으면 꼬투리 안에 콩·팥이 썩어 있거나 곰팡이가 피었어도 피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4만9586㎡에 팥농사를 지은 황유성씨(43)는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팥은 전체 수확량의 20%가 채 되지 않고, 선별조차 할 수 없는 불량이 대부분이었다”며 “분명 자연재해(가을장마)로 인한 피해인데 보상을 거의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15㏊ 규모로 논콩을 재배하는 이영택씨(54·김제시 교월동)는 “수확을 콤바인으로 하다보니 땅에서 15㎝ 높이까지의 콩은 수확되지 않는데 피해 조사 때는 낫을 사용해 실제 수확량보다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에 비정상품 물량까지 수확량에 포함되니 농가들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피해를 보고도 보상을 포기하는 농가도 있다. 김제시 죽산면의 한 농가는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데 보상기록만 남을 것 같아 포기해버렸다”고 털어놨다.
농가들은 피해보상 약관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씨는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재해가 더욱 빈발할 텐데 보험 규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니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 몫으로 남는다”면서 “안심하고 농사를 짓도록 영농 안전판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용 김제농협 조합장은 “불량은 빼고 무게를 달아줘야 농가들이 제대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피해 산정방식을 보완해야만 이상기후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보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민신문, 유건연 기자, 윤슬기 기자, 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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