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농작물재해보험이라는 게 뭡니까. 농가들이 신속하게 영농을 재개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 아닙니까. 그렇다면 적어도 지급이 안 된다면 안 된다고 통보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수개월째 기다리다 후기 영농까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농작물재해보험금 지급 지연을 호소하고 있다. 7월 전국적인 집중호우와 이어진 폭염으로 16개 시군구, 20개 읍면동 등 36곳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피해가 컸지만, 보험금 신청 후 현장 조사를 마치고도 수개월째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영농 재개는 물론 후기 영농 준비에도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남 의령의 한 시설하우스 농가는 추석 출하용 멜론 수확량이 평년의 30% 수준에 그쳤다. 폭우와 폭염이 겹치며 대부분의 물량을 건지지 못했다. 해당 농가는 9월 말 현장 실사를 마쳤지만, 5개월이 지난 19일 현재까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 농가는 19일 통화에서 “지금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라도 알려줘야 하는데 아무 연락이 없다”며 “지난 연말 ‘확인 후 연락하겠다’는 전화를 받은 뒤로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이 전액 보상 제도가 아니라는 점은 알고 있지만, 일부라도 받아야 다음 작기를 준비할 수 있다”며 “지급이 지연될수록 자금 압박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12동의 시설하우스와 수도작을 하는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의령군연합회 한 회원도 폭우로 하우스가 침수되고 이후 폭염까지 겹치며 상당 물량을 수확하지 못했다. 그러나 19일 현재 피해 규모의 절반가량만 최근에서야 보험금이 지급된 상태다.
이 회원은 “폐기 절차까지 마쳤지만 보험금이 나오지 않아 농자재 대금과 인건비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점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곧 처리하겠다’는 말만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시기 피해를 본 다른 농가들도 지급 지연으로 후기 영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지난해 말 대출 상환 시점에 특히 어려움이 컸고,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자재비 구입 등 준비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농작물재해보험 사업시행지침에 따르면 손해평가 완료 후 보험금을 확정한 뒤 보험가입자가 청구서를 제출하면 7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보험금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보험가입자의 청구가 있을 경우, 보험사업자가 추정한 보험금의 50% 상당액을 가지급 보험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농가들은 수차례 요청에도 보험금 지급은 물론 절차에 대한 설명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농가의 손해 평가를 담당하는 한 손해평가사는 “개별 계약 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보험금은 순차적으로 지급 중이며, 세부 사항은 계약자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금 지급 지연의 배경으로는 손해평가 인력 부족 문제도 거론된다. 한농연 의령군연합회 관계자는 “손해평가사들이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건당 수당 구조이다 보니 사고 접수는 늘었지만 실제 처리에는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작물재해보험을 운영하는 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20일 통화에서 “의령 지역 멜론 품목 접수 건 가운데 2건이 미결 상태였으며 20일 지급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접수된 재해보험 건의 90%는 지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10% 중 약 5%는 시설물 설치 완료 후 지급하는 재조달가액 특약 건이며, 잔여 미지급 건도 신속히 보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운영상 미진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고, 손해평가사 운영 체계도 현장 여건에 맞게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관계자는 “보험금은 농가들의 신속한 영농 활동 재개를 위해 최대한 신속히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지난해, 특히 여름 재난 관련 지급은 대부분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아직 미지급건이 있는지 추가로 검사해 관리 감독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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