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창녕 ·합천 증 2차 생장 피해 '심각'수준
소득 걱정 큰데 비 때문에 수확비는 고공행진
농민들"유래없는 피해, 조사 빨리 이뤄져야"
경남 창녕과 합천 등 마늘 주산지의 2차 생장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장 농민들은 수확이 진행 중인 만큼 더 늦기 전에 빠른 피해 조사와 정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6일 경남 합천군 초계면 일원에선 마늘 수확 작업이 종종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노랗게 변했어야 할 마늘이 초록색을 띄었고, 전날까지 계속된 강우에 수확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최청집 전국마늘생산자협회 경남도지부장은 “초록색으로 보이는 마늘이 전부 머리 푼 마늘(벌마늘, 2차 생장)이다. 필지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피해가 매우 심각해 한 필지에서 건질 만한 마늘이 몇 개 없을 정도다”라고 전했다.
최청집 지부장에 따르면 경남지역 벌마늘 피해율은 대략 10% 내외로, 재배면적이 제일 많은 만큼 피해 또한 상당한 실정이다. 최 지부장은 “주산지다 보니 피해율이 10% 미만이더라도 면적으론 시군 단위 전체 재배량에 달할 정도다. 평년과 비교해서 피해 규모가 매우 큰데, 지난해 정식기 때부터 기후가 좋지 않았고 봄 가뭄 이후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다 보니 2차 생장 피해가 확대된 것 같다”라며 “작물이 한껏 목말라 있다가 비가 내리니 수분을 많이 흡수해 이런 피해가 발생하게 됐다. 지금 겉으로 잘 보이지 않아도 속에서 머리를 푼 경우도 적지 않아 수확·건조 후에도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수 초계면분회장 역시 30년 농사 경력 동안 본 적 없는 피해 상황에 혀를 내둘렀다. 김인수 분회장은 “어떤 논엔 상품성 있는 마늘이 한 개도 없다. 피해율이 100%에 육박한다”며 “피해 마늘과 피해 안 본 마늘을 구분할 수 없어 일단 수확·건조해야 하는데, 벌마늘은 상품성이 없어 공판장에 내놓더라도 가격을 받을 수가 없다. 작황이 좋아야 올해산 마늘값이 어떠려나 관심이 생길 텐데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다”고 토로했다.
2차 생장 피해뿐만 아니라 연일 계속된 강우로 배가된 생산비는 농민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대부분 이모작으로 논벼를 심기 때문에 늦기 전에 수확하고 논을 정비해 모내기를 하지(6월 21일) 전에 끝마쳐야 하는데 기계가 들어갈 수 없을 지경으로 논이 질어서다.
김인수 분회장은 “정부도 그렇고 농업 기계화를 그렇게 강조하고 권유하는데 이렇게 비가 오면 기계가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람이 들어가 일일이 뽑아 수확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뭐가 있겠나”라며 “마늘은 2차 생장 피해 때문에 상품성을 잃어 제값을 받지 못할 상황인데, 수확에 들어가는 비용은 2배 이상이다. 생산비는 말할 것도 없고, 당장의 생계가 문제다”라고 토로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마늘 재배 농민 A씨 역시 “지금 선거다 뭐다 현장에 관심을 두지 않아 농민들은 속이 더 탄다. 당장 수확해야 하는데 농업재해로 인정을 해줄 건지 말이 없어 답답하다”라며 “농식품부가 주무부처라면, 송미령이 주무부처 기관장이 맞다면 현장을 들여다보고 농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좀 헤아릴 생각이라도 하면 좋겠다. 지금 하루하루 농민들은 속이 타들어 갈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벌마늘 피해에 대해 인지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정밀조사를 요청해 둔 상태다. 벌마늘 피해가 농업재해로 인정되려면 시군별 피해 면적이 50ha 이상이어야 하는데, 신고된 면적이 해당 기준을 웃돌아서다. 지자체 정밀조사는 오는 6월 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농업재해로 인정될 경우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국가 보조·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벌마늘 피해가 농업재해로 인정이 되더라도, 농가가 피해를 온전히 보상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로선 피해를 일부나마 보전받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데, 피해를 온전히 인정받기 쉽지 않은 데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임에도 자부담을 제하고 나면 보험금이 형편없이 낮아져서다. 이에 농민들은 “이상기후, 기후재난 때문에 발생한 피해인데 농민들에게 피해의 일부를 부담하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또 벌마늘은 판매 자체가 불가할 만큼 상품성이 없는데 이를 수확량으로 따져 보험금을 산정하는 구조 또한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정, 장수지 기자,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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